
어제 밤에 오랜만에 수필을 쓰려고 소재를 정리하고 초고 작업을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생각은 잔뜩 떠오르는데, 손이 병목이 되어 글을 토해낼 수 없었다.
쓰고 싶은 장면과 소재는 한가득인데, 깜빡거리는 커서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멍을 때렸다.
내가 인간의 언어를 잊었나.
AI에게 명령하고 지시하거나, 업무의 우선순위를 따져 효율을 고민하는 것은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언어로 내 문학적 생각을 정리하는 감각이 무뎌졌구나.
이럴 땐, 다른 사람의 언어를 읽어서 나의 언어를 쓰는 방법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바로 옷을 챙겨입고 서울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국과학문학상에서는
종종 과학기술원이나 포스텍을 나온 작가들을 볼 수 있다.
김초엽 작가님이 상을 받은 제 2회 수상집과
(그냥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도서관에 비치된 것 중 가장 최신인 제 7회 수상집을 집어들었다.

제 7회 첫 번째 수상작 작가 소개를 읽다보니, 지스트 대학원을 나왔다고 적혀있었다. (학부는 카이스트)
지스트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어 더이상의 고민 없이 대출을 결정했다.
이공계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글을 읽다보면,
정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동질감이 느껴지며 무언가 회복되는 기분이 든다.
지금처럼 문학의 감을 잃어 쉽게 글을 소화하기 어려울 땐,
나와 비슷한 이들의 글을 읽으며 감을 되살리는 것이 더 좋다.
관내분실은 오랜만에 읽어도 또 좋았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빌리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료실을 들어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넓고 복잡했다.
그래서 오죽하면 바닥에 이런 유도선이 붙어있었다.
'이 분야 책을 원하세요? 이 길을 따라가세요!'
모양새가 지하철 노선도 같아서 웃겼다.
책이 정말 많았다.
자료실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수천수만권의 책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사용비 내고 출입 등록도 했는데, 자주 가야겠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 시민도 사용료를 낼 경우 자료 대출이 가능하다)
작성: 2026.02.0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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