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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강화/개발 독서

B주류경제학 - 생각보다 비주류, 생각보다 주류

읽게 된 계기

책을 읽을 결심을 한 건 뭐 이런저런 일들이 겹쳤다.

B주류초대석 토크 콘서트 예매를 실패한 친구의 절망 블로그 글을 봤고,

얼마 뒤 친구가 추천했던 머니그라피 유튜브 채널이 내 알고리즘에 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aL_h9fKb7E

B주류경제학이 아니라 B주류초대석이긴 했지만...

허간민 조합이 재밌어서 이 조합이 나오는 모든 영상을 다 봤다.

 

그리고 나서, B주류라는 키워드를 보니 예전에 토스가 출판한 책들 목록에서

[B주류경제학]이라는 책이 있던 게 생각이 났다.

 

마침, 이전에 빌렸던 책들의 반납 기한이 다 되기도 했고,

오랜만에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보기로 했다.

왼쪽은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 리페님의 책갈피, 오른쪽은 B주류경제학

 


지하철에서 가볍게 한 권

빌린 건 5월 2일이었는데, 정작 읽은 건 5월 23일이었다.

3주 동안 가방 한편에 있었던 책을 꺼낸 건 동대문종합시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오랜만에 만들기 재료를 사려고 향한 길이었는데,

왕복 지하철이 1시간 반 가까이 돼서 가벼운 책을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쇼츠를 보는 대신 책을 대신 읽는 게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을 수 있는 상황이거나, 사람이 너무 붐비지 않아서 서 있는 상태로도 읽을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지만...

 

가는 길에 처음부터 85페이지까지 읽고, 오는 길에 201페이지까지 읽었다.

저녁에 친구와 산책하기 전에 마저 다 읽어서 231페이지 완독을 했다.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동대문종합시장 가는 길에 읽었던 기록


첫인상: 생각보다 더 비주류

지하철 4호선에 마침 자리가 텅 비어 있어 편하게 앉아 첫 장을 펼쳤다.

 

서두에 재무제표 읽는 법을 보고 약간 진입장벽을 느껴서 내가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대학생 시절 경영학원론 수업을 들으며 기업 분석 보고서를 쓰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걱정은 본격적인 첫 번째 단원으로 들어가며 싹 사라졌다.

 

시작은 책 출판 시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늘 불황이라면서, 대한민국 평균 독서율이 심각하다면서,

왜 책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굉장히 후킹한 문구였다.

이 문구가 이 책에 대한 내 마음속 벽을 무너뜨렸고, 책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두 권의 책을 개인 출판하며 책이 탄생하기까지 0 to 1으로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개인 출판을 지원하는 출판사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탐색하며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책이라는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이 있다.

24년 2월, 지스트의 온도 출판 후 입학학생처장님의 요청으로 25학번 대상 강연 진행

 

도서 정가 인상의 원인으로 평소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 지목된 것도 흥미로웠다.

코로나와 러일전쟁으로 책의 원자재인 종잇값이 30% 인상되었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건비가 오르고 제작 기간이 늘어났다.

 


두 번째 챕터는 웹툰이었는데,

본문에 <회.빙.환>이 등장하는 걸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회귀, 빙의, 환생의 줄임말로 요즘 유행하는 웹툰계 플랫폼을 말한다.

 

나는 이 단어를 24년 여름 네이버에서 인턴을 하며 웹툰을 좋아하던 사수님께서 이 단어를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다.

굉장히 마이너 용어라고 생각했는데, 웹툰계에서는 메이저 용어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아무튼 토스 책에서 회빙환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 포맷이 유행하는 원인을

기존 성장 서사물과 다르게 복잡한 성장 과정을 스킵하고 본문 내용을 바로 시작해도

포맷 특성상 독자가 복잡한 세계관에 바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지목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회빙환이 유행하는 이유가

현대인의 억눌린 욕구를 재현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삶은 너무 힘들고 녹록지 않으며, 노력만큼 보상이 따라주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눈을 감고 일어나 이세계에 도착하면

갑자기 비범한 능력을 갖추게 되고, 마치 모두가 나를 구원자로 인정해 준다.

 

그래서, 나는 이 유행이 현대인의 지친 심리가 작용한다고 생각했었다.

책 본문에서 복잡한 서사 과정을 스킵한다는 관점을 보니 또 이해가 되었다.

 

숏폼 도파민 사회에서 주인공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건 굉장히 기다리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1주일에 제한된 분량을 보여주며 다음 주에도 독자들이 또 오도록 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특정한 장치를 넣어 서사를 1화 만에 완결짓고 스킵해도 수긍 가능하게 만든다.

복잡한 세계관도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며 '아 맞아 이랬었지'라는 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간에 팝업스토어 챕터도 흥미로웠다.

 

어느 시점부터 조금만 유행하면 팝업이 열리는 양상을 자주 목도하게 됐는데,

대체 팝업이란 플랫폼은 어디서 왜 시작하게 된걸까?

 

더현대서울의 팝업 스토어 도입을 언급하며, 백화점에 팝업이라는 형태가 들어온 계기에 관해 설명했다.

 

백화점의 주 매출액은 예나 지금이나 명품인데,

명품 브랜드의 주 소비층인 중장년의 백화점 방문 의사는 결국 자녀 세대인 MZ 세대가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MZ 세대를 공략하는 데 몰두하고, SNS로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팝업이라는 형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팝업에서 수익을 크게 뽑아낸다기 보다,

이 팝업으로 해당 백화점에 방문하는 계기를 만들고 은연중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니 내 개인적인 사례가 떠올랐다.

 

2024년 여름 네이버 인턴 당시 수도권에 올라온 김에 SNS에서 그렇게 돌아다니는 팝업이 뭔지 문득 궁금해졌다.

평소 백화점에 잘 가지도 않으면서, 매주 다른 곳에 열리는 명탐정 코난의 팝업을 찾아다녔다.

홍대 AK 플라자, 더현대 서울, 신촌 현대 유플렉스 등등...

 

심지어 성남에서 저런 곳들은 기본 지하철 1시간 30분이 걸리는 데도

그냥 경험 삼아 주말마다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다른 곳은 팝업 외에는 일반적인 백화점 매대 형태라 기억이 흐릿한데,

유독 더현대 서울만큼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24년 8월, 더현대 서울 방문 당시 찍었던 사진

건물 구조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고, 상부층 중앙에 놓인 새장 형태의 구조물과 개방감이 있는 설계.

팝업 내용 자체는 제일 간단했는데, 백화점에 대한 인상이 매우 강하게 남았다.

그 뒤로도 갤럭시 팝업이 열렸을 때도 한 번 더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서울에 상경해 정착한 뒤로는 정작 한 번도 안 가긴 했는데,

요즘 들어 날씨가 더워지니 그 쾌적하면서도 자연을 절반 정도 옮겨놓은 신기한 풍경이 자꾸 떠오른다.

 

그들이 말한 재방문 유도 효과가 이런 것일까.


후반부: 생각보다 주류

뒤로 갈수록 좀 주류 경제학으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초반부에 출판과 웹툰을 둔 건 이 책의 의도적인 설계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비주류 인간인 건지 뭔지, 뒤쪽의 주류 내용은 앞쪽처럼 큰 흥미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비주류를 앞쪽에 둔 배치가 의도적인 것이라면,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챕터인 디저트 이야기다.

 

24년 7월,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에서 친구와 함께 먹었던 노티드 도넛

이 책을 출판할 당시 24년 10월 기준 유행했던

탕후루와 노티드 도넛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25년 5월 현재 기준으로 두 제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앞의 다른 이야기들 러닝크루, 캠핑, 와인, 출판 하물며 웹툰, 팝업 스토어까지도

현재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유독 음식 챕터는 1년 반 만에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침에 일어나서 노티드 도넛의 현주소에 대한 영상을 봤었는데,

그 영상은 하락세에 관한 이야기였다.

책 본문에는 한참 상승세인 노티드 도넛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국이 유독 음식 유행 주기가 짧은 탓일까?

최근에도 두바이 쫀득 쿠키가 반짝 유행하다 사라졌고,

후속 주자인 버터떡은 화력이 그만하지 못했다.

 

왜 유독 음식이 그럴까...

다른 주제들에 비해 쉽게 접하고, 쉽게 물리는 것일까?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구간이었다.


부록 - z 세대 취향

보통 부록은 본문만큼의 매력이 없어서 스킵하는데,

이 책은 부록이 꽤 기억에 남았다.

 

이 책에 나온 카테고리들을 돌아보며 z세대의 취향을 짧게 정리하는 내용이었다.

 

'나답게 사는 것. 나다움을 만들어주는 취미들.'

'물건의 본질보다 그 뒤에 숨겨진 스토리에 주목하는 것'

 

요약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나 역시 z세대인데... 유독 요즘 세대가 '나다움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 은은하게 했었는데,

그게 착각은 아니었군... 하면서 공감이 좀 됐다.

 

그리고,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이 말하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소비 패턴도 공감이 됐다.

숏폼이나 SNS 콘텐츠가 유행하며, 이 매체들의 정보로 구매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에는 보통 개인이나 상품의 서사가 담긴다.

 

팔로워들은 이 서사를 매 콘텐츠마다 차곡차곡 읽어가며 어느새 팬이 되고,

그 크리에이터가 판매하는 물건들을 구매한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현재의 환경이 이 문화 조성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마치며

제목에 경제학이라는 단어 때문에 좀 편견을 가졌는데, 생각보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제대로 읽으려면 본문의 숫자, 표, 그래프를 다시 꼼꼼히 읽어야겠지만...

아무튼 지하철에서 쓱쓱 넘겨서 글밥만 읽어도 충분히 재밌는 책이었다.

 

다만 '취향으로 읽는 요즘 경제'라는 부제처럼

유행 사이클이 짧은 현대 사회는 출판 후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요즘'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책 하나를 만드는 데는

본문을 작성하고, 퇴고하고, 제본 편집하고, 최종최종최종...승인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데

유행은 이를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좀 자주 시리즈물처럼 나오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사소한 바람을 남겨본다.

 

작성: 2026.05.25. 월요일 오전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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